이 전시는 구동희의 작업에서 시작한다. 작가들은 6분 남짓의 신작을 추상 캐비닛의 전시/상영을 계기로 제작했다. 관람은 SMSM10 전(2019, 시청각)에 새로운 동선과 시점을 부여하는 노송희의 작업, 코펜하겐과 서울의 어느 공간을 병치시키는 쥬노 김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주재환의 목소리와 장영규의 사운드, 조각과 게임의 관계를 테스트하는 차슬아의 작업에서 끝난다. 차슬아의 작업은 모니터에서 펼쳐지는 게임의 아이템과 실제 공간을 지배하는 조각과의 설정을 테스트한다. 이것은 이 전시의 출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여섯 팀의 작가들은 다른 방식의 협업을 보여준다. 공간과 도면을 중심에 두고 작업자들이 만드는 이 짧은 시간들이 홍은주 김형재가 설계한 9개의 방 안에 있다. 전시를 보는 동안, 관객은 이 아홉 개의 방의 정렬이 가진 차이와 유사성을 나름대로 설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서는 정해져 있음에 유의해달라.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전시 관람 가능.
This exhibition departs from Sla Cha’s game. The items in the game range from the music that fits three windows to Jaehwan Joo’s work, etc. The exhibition ends with Donghee Koo’s work Words that are Faster than Speech.
추상 캐비닛은 전시장이자 송출 시스템이다. 이곳은 유무형 공간의 설계, 전시의 배치, 전시 ‘보기’의 추상성을 탐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 보이는 것은 아카이브 영상이 아니며 새로 제작되는 온라인 영상 전시이다. 이를 통해 오늘날 미술 공간과 규칙의 변화 가능성, 가변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추상 캐비닛’은 엘 리시츠키(El Lissitzky, 1890-1941)의 1927년 작업에서 따온 제목이다. 엘 리시츠키는 하노버 국립미술관의 추상미술을 전시하는 공간 설계를 제안받았다. 그는 벽면에 요철 스트립을 두어 보는 방향에 따라 벽면의 색채, 세로 방향의 작품 배치가 바뀌는 형태를 제작했다. 실험인 동시에 규칙이었고, 일시적인 공간의 배치인 동시에 항구성을 띠는 보존의 행위였다. 리시츠키는 “나에게 캔버스는 건축사이트이며, 관객은 구축적 아이디어를 걸어 다니며 구현할 수 있다”고 썼다.

지금 보이는 추상 캐비닛은 전시의 구조에 대해 질문하며 시작했다. 각각의 작가들은 작업, 기록, 대화를 모티브로 한 ‘전시/영상’을 제작했다. 차슬아에게 그것은 이전 전시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작업이며 쥬노 김에게 그것은 아카이빙 자료에서 비롯된 비디오 작업이다. 주재환 작가의 영상은 도깨비 하나에서 출발해 2007년의 개인전 CCTV에 초점을 맞춘 작가 연구 인터뷰다. 장영규가 여름에 만든 6분 6초의 음악 세 점은 하얀 화면이자 바탕이 된다. 구동희에게 화면은 구어체와 문어체의 시각화, 사운드의 실체와 파편과 덩어리의 관계를 배치한다. 노송희는 SMSM의 10주년 회고전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시점과 동선, 기억에 속도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이 영상에서는 언뜻 엘 리시츠키의 종이 위 건축 도면이 스케치업(Sketch up) 툴처럼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추상 캐비닛은 송출 시스템으로서 신작을 업로드한다. 각기 다른 이 여섯 점의 영상은 2020년 말 제작되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시’를 의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각자의 작업을 경유해 전시하기, 전시 보기, 전시 동선과 관람자의 시야와 움직임을 말한다. 두 번째 공통점은 추상 캐비닛은 어딘가에 존재했던 대문자 경험 A의 대체물인 A’나 a가 아니라는 점이다. 추상 캐비닛은 전시의 구조와 밀폐된 공간이 가진 관람/시간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전시’라는 말(것)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글 현시원
Abstract Cabinet is an exhibition space as well as a transmission system. It was created to explore the design of tangible and intangible spaces, exhibition layouts, and the abstract-ness of exhibition “viewing”. What is visible here are not documentation videos, but new video works produced specifically for an online exhibition. Abstract Cabinet intends to examine the feasibility and the variability in transfiguring art spaces and their regulations.

“Abstract Cabinet” is a title taken from El Lissitzky’s (1890-1941) 1927 work. El Lissitzky was commissioned to design the space for abstract art by the Landesmuseum in Hannover. He placed protruding strips on walls on which the colors of the walls change according to the viewing direction, and the hang of vertical artworks is interchangeable. The project was both an experiment and restriction--a temporary arrangement as well as preservation for durability. Lissitzky had once said that the canvas for him is an architectural site, and the viewer should be able to walk around it and implement constructive ideas.

The Abstract Cabinet you see now began with the question on exhibition structures. Each participating artist has produced an “exhibition/video” based on their work, archives, and conversations. For Sla Cha, their past exhibition becomes the motif in their “exhibition/video”, and for Jeuno JE Kim, the “exhibition/video” derives from their archival materials. Jaehwan Joo’s video is an interview of himself focused on his 2007 solo exhibition Under CCTV Surveillance, which departed from the idea of Dokkaebi (Korean goblin). The three songs that are each 6 minutes and 6 seconds long written by Young Gyu Jang during this summer act as the white screen or background. Donghee Koo utilizes the screen space to arrange the visualization of spoken and written words, the reality of sound,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fragments and masses. Songhee Noh brings SMSM’s 10th anniversary retrospective online to accelerate the act of viewing and its route, and memory. In Noh’s video, one may think about why El Lissitzky’s architectural drawings on paper look like Sketch Up tools at a glance.

Abstract Cabinet uploads new works as a transmission system. The six heterogenous works have a few things in common other than the fact that they were all created by the end of 2020. First, their subject matter is “exhibition”. The works reference the act of exhibiting, exhibition viewing, exhibition traffic guideline, and the viewer’s sight and movement. Secondly, Abstract Cabinet is not a substitution A’ or a of the experience capital A, which had already existed somewhere. Abstract Cabinet tests exhibition structures and to what extent the enclosed space and time can exercise their faculties. How far can an “exhibition” as both subject and word change things?

Seewon Hyun, translated by Dain Oh
차슬아, Three types of Game, 4분 54초, 2020
Sla Cha, Three types of Game, 4min 54sec, 2020
차슬아는 게임의 문법과 실제 존재하는 사물의 사이즈와 작동의 방법을 탐구한다. 현재는 IAB STUDIO에 소속되어 활동한다. 차슬아는 소쇼(2019)와 취미가(2018)에서 조각과 게임의 유사함에 주목한 각각의 개인전을 가졌다. 추상 캐비닛을 위해 제작된 Three types of Game은 지난 두 번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업과 구조, 앞으로 제작할 또 다른 전시를 활용•예시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 안에 나오는 사물들은 차슬아가 만든 광물, 아이템, 과일, 조각들이다. 화면 안에 등장하는 작가 차슬아는 조각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퍼포먼스는 셈이며 추상 캐비닛 촬영을 위해 제주도 현지 현무암 답사를 실행한다. 모형 복제와 재료 연구에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장착한 차슬아는 재료 자체의 특성에 주요하게 반응하는 유희적 작업을 한다. 동시에 그 유희에 끝 선을 긋는다. 끝이 있는 반복적 만들기로서의 놀이란 무엇인가? 만드는 기술을 반복적으로 통제하고 절제시킴으로서 작업의 규모를 경제적으로 해결한다. 아이템들의 결정 기준은 투명성이다. 광물을 묘사하는 작업에서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산업재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자신의 속(내부와 결정체)을 보여준다. 그것은 윈도우에서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입체물이며 차슬아가 소유하고 싶었던 ‘무엇(thing)’이다.
장영규, Untitled, 6분 6초, 2020
Young Gyu Jang, Untitled, 6min 6sec, 2020
6분 6초는 지난여름 시청각 랩에서 열렸던 전시에서 음악가 장영규가 만들었던 사운드 세 점을 멈춰서 듣는 영상이다. 작가는 세 개의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것들을 보고 사운드를 만들었다. 그에게 전달되었던 사진은, 건물 1층, 세 개의 창문이 있는 곳이었다. 세 개의 창문 바깥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알 수 없는 벽돌에서 교회 십자가를 가리는 나무의 몸통을 채우고 있었다. “이것을 전시, 풍경, 2020년 여름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단순하니 새로운 이름을 찾아보자.” 추상 캐비닛에서는 세 점의 음악의 바탕 면을 만드는 배경, 시간, VR이 나타난다.
주재환, 20201122 인터뷰, 6분 6초, 2020
Jaehwan Joo, 20201122 Interview, 6min 6sec, 2020
20201122 인터뷰는 작가 주재환의 인터뷰 영상이다. 1940년생 작가는 스스로를 아방가르드가 아닌 ‘개방가르드’로 칭하며 수많은 이야기, 담화, 유머들을 남겼다. 이번 영상은 작가의 작업, 드로잉 위주의 짧은 인터뷰다. 수많은 작업 중 ‘도깨비 연작’만을 인터뷰의 대상으로 삼자고 하는 촬영팀에게 작가는 모든 작업들을 다룰 수 있다며 ‘즐거운 게’ 최고라고 전한다. 본인이 아쉽다고 말한 전시를 인터뷰에서 제하고자 하는 편집팀에게 작가는 “그 전시가 싫어서가 아니며, 언제나 돌아볼 것이 있다”는 취지라고 말한다. 작가는 편집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데. 추후 인터뷰 후속편이 제작된다.
쥬노 김, Riddles for Diddums, 6분 6초, 2020
Jeuno JE Kim, Riddles for Diddums, 6min 6sec, 2020
Riddles for Diddums는 작가 쥬노 김(Jeuno JE Kim)의 영상 작업이다. 영상에서 작가는 현재를, 기록의 재료들을, 텍스트와 목소리를 배치한다. 타인에게 열려있는 공적인 공간, 사적인 실내, 그 안에서 행해지는 사람들의 모션과 바깥의 풍경을 다룬다. 회전하는 중이거나 멈춰있다. 이 작고 큰 화면 안에서 시점은 비 내린 2020년 12월 코펜하겐의 풍경과 서울의 한 골목을 따라간다. 360도로 회전하는 카메라는 VR의 수평적 진입과 마우스 대신에 회전하고 훑는다. 이 회전은 책과 책장, 작은 사물들과 질감을 가진 옷, 가구들, 사람의 동작의 스케일을 알려준다. 그의 영상은 하나의 공간이다.
노송희, 리:프레임, F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46초, 2020
Songhee Noh, Re:frame, FHD color video with sound, 7min 46sec, 2020
노송희는 시청각의 폐관 전시인 SMSM10 전을 재구조화한다. 그는 SMSM이 과거의 전시와 작업들을 2019년의 전시장에 다시 불러냈던 방식을 참조한다. 또 공간도 새로 세운다. 시청각의 실제 사이즈와 방 분할을 담은 손 도면, 스케치업을 3D 공간으로 제작한 것. 작가는 전시 투어를 3D 공간과 관객의 몸이 있는 실제 환경 간의 ‘관계'로 확장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전시 투어가 모니터 안에서 성인의 눈높이에 기반한 파노라마적 이동을 한다면, 노송희의 움직임은 줌 인/ 줌 아웃을 통해 ‘전시 보기’의 여러 방식들을 통과한다.

노송희의 영상 안에는 SMSM10 전시가 참조했던 작가들의 작업 그리고 시청각의 이전 전시 아카아빙이 중첩된다. 작가는 슬기와 민, 박미나, Sasa[44] 작가의 실제 작업과 사진 이미지와 텍스트, 그들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여러 매체들간의 ‘이동’으로 읽어낸다. 리:프레임 안에는 전시장을 걷기, 보기, 읽기, 모니터와 스마트폰으로 손과 눈을 이동하며 스캔하기 등의 여러 행위들이 동시에 있다. 몸은 최소한 두 군데 이상 존재해야 한다. 방이거나 스마트폰 안이거나. 특정 전시의 입구와 출구, 기록을 따라가보자.
구동희, 말보다 빠른 글, 7분 10초, 2020
Donghee Koo, Words that are Faster than Speech, 7min 10sec, 2020
이 영상은 구동희와 현시원 사이 그간 오고 간 대화 (말) 중 10개의 대목을 무작위로 뽑아, 심규선이 제안한 카드 형식 위에 질주하듯 속기하는 장면으로 쌓은 것이다. 작가 구동희의 이전 작업에서 다른 맥락을 위해 사용되었던 사운드들이 재배치되고 카드 후경에는 말보다 앞선 글을 보조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된다. 영상은 애초 일종의 '속기사적인 흐름'으로 말과 글의 이미지를 보이려 했다. 이것은 작가의 작업과 이를 연구하고 질문하는 큐레이터의 글과 작가의 도큐멘트, 이를 소스로 카드 구조를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의 협업을 하나의 형식으로 채택한다.
사운드 출처
재생길 II – 비수기 (2017): 사철가와 찹쌀떡 리믹스, 소리 백현진
Extra Stimuli (2013): 방송용 SFX “아아~~~” 리액션 오디오파일
밤도둑 (2014): ‘Israel in Egypt’ at the Handel Festival in 1888
Helter Skelter (2012): 구동희 휘파람 + 모기 음원
추상 캐비닛 – 말보다 빠른 글 (2021): 현시원 듣기와 속삭임 오디오파일(2015)
작가
Jeuno JE Kim
SMSM
구동희
노송희
장영규
주재환
차슬아

기획 제작
시청각
큐레이터
현시원
영상 프로듀서
진영기

연구
신지현
기술 연구 · 영상 편집
심규선
인스타그램 진행
김예지
번역
오다인

웹사이트 설계 · 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아이덴티티 · 모션 그래픽 디자인
슬기와 민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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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M
Donghee Koo
Songhee Noh
Young Gyu Jang
Jaehwan Joo
Sla 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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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Jihyun Shin
Research · Video Ed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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